글
[BBC Sherlock/셜존] The Good Night
The goodnight
"Johnlock" fan-fiction (Based on BBC Sherlock)
written by Cielo in Nov. 2010
최근 셜록은 3일간 잠을 자지 않았다. 그의 책상과 탁자주변에는 각종 잠 깨는 약과 피로회복제의 빈 병들이 무정부주의의 혼란함 같이 역하게 뒤섞여 굴러다니고 있었다. 도저히 안되겠군. 오늘은 자네를 신경과에 데려가야겠어. 존이 소파에서 무릎을 감싸 안고선 신경질적으로 중얼거리는 셜록의 어깨를 잡았다. 오 존 나는, 나는 아주 제정신이야 잠만 안 잔다면 말이지. 셜록은 눈을 치켜 올리며 존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 밑은 검게 기미가 패여 있었다. 셜록 대체 무슨 일이 생긴거야? 네가 사건 때문에 밤을 새가면서 그것에 매달리는 거라면; 물론 그 역시 좋다는 게 아닐세, 적어도 네가 왜 이러는지 이해라도 하겠지 하지만 너를 봐 너는 지금 사건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아니 너는 지금 아예 사건을 맡기를 꺼려하고 있잖아 대체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존이 셜록에게 추궁하듯 다그쳤다. 하지만 셜록은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병원에 가지 않아 나는 아직 제정신이니깐 차라리 가볍게 입이라도 맞춰주지 그래? 존의 시선이 천장의 허공을 맴돌면서 그의 어깨가 무겁게 들어 올려졌다. 자신의 이상한 플렛메이트이자 최악의 연인인 이 남자의 괴상한 행동에 존은 포기와 안쓰러움이 뒤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존이 보기엔 셜록은 현재 굉장히 좋지 않았다. 보름 전부터 잠을 제대로 못 이루기 시작한 존 앞에 있는 이 남자는 더욱 비적 마르고 더욱 음침해져 갔다. 어느 날은 잠에서 깨고 두 시간 내내 일어나지도 말을 하지도 않은 채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존은 그의 친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충이나마 짐작은 하고 있었다. 티비를 켜면 석 달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악몽에 의해 잠을 거부한다고 한다. 그 꿈은 사람들에 따라 개개인의 괴상함을 띈다. 하지만 최근 학자들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 모든 꿈은 그들을 끝없는 적막과 고독으로 몰아넣어 그들의 자아를 파괴하고 미치게 만든다고 하였다. 이미 런던에만 공식적으로 악몽으로 인해 잠을 들 수 없다고 호소한 환자가 500여명이 넘었고. 이러한 악몽으로 인해 미쳐가던 30명 정도는 그들이 그렇게나 거부한 악몽으로 빨려 들어가 영영 깨어나지 않았다. 잉글랜드의 한 방송사에서는 언젠가부터 잠이 들면 사지가 꺾여 전혀 움직일 수 없이 바닥에 누워있는 자신의 주변에 수백 개의 시계가 끊임없이 초침소리를 내느라 잠을 들고 싶지 않다는 불면증 환자 한 명을 장기적으로 취재한 다큐를 만들었다. 실로 이 다큐는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우리 모두를 좀먹는 이 알 수 없는 밤의 괴물이 얼마나 치명적이고 무서운지를 증명해주었다. 취재를 시작할 때부터 그 남자는 손목시계의 초침소리마저; 여러분도 알겠지만 손목시계의 초침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극적으로 꺼려했고 경기를 일으켰다. 다큐의 중반부부터 그는 더 이상 어떠한 대화도 하지 못했다. 그는 3일만에 꿈에서 깨어났으며 말을 상실한 듯 했다. 초점 없는 멍한 눈에 벌어진 입에서는 끊임없이 침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윽고 취재를 시작한지 26일째 그는 더 이상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물론 지금도.
존 역시 이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 아직까지 그는 무사했지만 그의 연인은 확실하게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그가 어떤 꿈을 꾸는지 존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히 전 세계가 알 수 없는 공포의 실험체가 되었으며, 셜록은 그 실험적인 바이러스와 맞서 싸우려고 하고 있었다. 세계의 저명한 학자들과 각국의 인사들과 모든 사람들은 이 알 수 없는 악몽에 대해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뉴스의 절반은 이 악몽에 대한 내용들 이었으며; 이 악몽에 대한 가장 최근의 기사는 "WHO는 현재 알 수 없는 악몽에 의해 코마상태에 이른 환자들의 안구운동과 호르몬의 분비가 일반인들보다 3배정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발표하였습니다."였다, 악몽을 꾸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백 수천 명씩 증가하고 있었다. 존은 소파에서 웅크리고 앉은 채 움직이지 않는 셜록을 바라보며 체념한 듯이 물었다. 그럼 밥이라도 먹겠어? 아니 괜찮네. 그럼 우유라도 좀 마시지 따뜻하게 데워올 테니. 커피 다섯 스푼만 넣어주게 그리고 서랍에 들어있는 니코틴패치도 가져와주고. 존은 알겠어, 라고 대답한 뒤 부엌에 들어섰다. 일주일전 셜록이 자신의 잠을 이겨내기 위해 각종 화학실험에 이용된 재료와 비커들이 얕게 먼지층을 형성하고 있었다. 존이 신경질적으로 치우지 않으면 버려버리겠다고 윽박을 지를 때마다 셜록은 성을 내며 존에게 덤벼들었기 때문에 그는 이 장식품들을 도무지 치울 수가 없었다. 그는 포트에 우유를 데우고 한 컵에는 커피를 한가 득씩 퍼 올려 다섯 스푼을 꾹꾹 채워 넣은 뒤 스푼으로 휘저었다. 하긴 이런 알 수 없는 전염병을 신경과에 간다고 치료할 수나 있겠어. 그 어떤 의사도 학자도 이 병의 치료와 예방법은 고사하고 원인조차 규명해 내지 못했다. 바지주머니에서 미약한 진동을 느낀다. 존은 주머니에서 자신의 휴대폰을 집어올린 뒤에 전화를 받았다. 그의 누나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자신의 동생에 대한 온갖 걱정이 가득했다. 난 괜찮아 해리 그러는 너야말로 어떤 거야? 괜찮은 거지? 그래 다행이다. 어 그래 해리 조심하고 혹여라도.. 꿈을 꾸게 된다면 꼭 연락해. 그래 나도 사랑해. 통화종료를 누르면서 존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세상에, 어느 가족이 꿈꾸는 것 하나에 이리 긴장을 하겠어? 적어도 세달 전까지만 해도 이런 안부전화만큼이나 바보 같진 않을 거야. 하지만 이 우스꽝스러움이 무시무시한 현실이 되어버린 사회에 존은 문득 자신이 혼자 남겨진 사람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연인은...... 맞아 셜록! 존은 황급히 두 개의 머그잔을 들고 셜록에게 쪼르르 다가갔다. 여기 있어. 고마워. 셜록이 가느다란 손으로 빙글빙글 돌고 있는 갈색의 액체가 담긴 머그잔을 받았다. 존은 커피를 홀짝거리면서 라떼를 입에 대는 둥 마는 둥 하는 셜록을 바라보다가 그의 소파 옆에 털썩 앉았다. 셜록은 조금 놀란 듯 존을 바라보았다. 그래 탐정나리 우리 탐정나리를 괴롭히는 그 꿈이 뭔 지라도 들어봐야지. 존이 애써 태연한 표정으로 셜록을 쳐다보았다. 셜록이 조금은 놀란 듯이 존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 요즘 유행하는 거잖아. 통원치료를 거부한다면야 바로 옆에 의사가 있으니깐 집에서 상담을 받는 방법이 있지 않나? 넉살이 10분도 안돼서 굉장히 좋아졌군 그래도 키스는 안 해주는군. 칭찬으로 알아듣지 그리고 어차피 모두가 겪게 된다면야 미리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서 선행학습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셜록이 뽀얀 연기가 옅게 올라오는 라떼와 존을 번갈하가면서 곰곰이 쳐다보다가 그래 좋아. 라고 말을 했다.
내 꿈은 하얀색이야. 하얀색? 존이 물었다. 그래 하얀색. 머그잔을 든 반대 손으로 셜록은 존의 머그잔에 든 우유를 그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도록 교묘하게 가리면서 말을 이었다. 아무것도 없어 그냥 하얀색이야 오직 나만 존재하고 나머지는 하얀색이야 길도 하늘도 벽도 살인도 사건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지 먼지한줌도 바람한줄기도 남아있지 않아. 너답지 않은 시적 표현이군. 존이 고개를 옆으로 기울며 말하자 셜록이 인상을 썼다. 시적인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거지 나만 덩그러니 서있는데 아니 내가 서있는 건지 누워있는 건지 알 수도 없군 그곳이 대체 어떤 것인지 모르니깐 그냥 온통 새하얀 곳에 무중력상태로 내가 떠있는 기분이야 거기서는 내 목소리도 통하지 않아 음파도 존재하지 않으니깐 얼마의 시간이 흐르는지도 모르지 나는 그냥 내 손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내 존재를 증명하지 하지만 요즘은 점점 버티기가 힘들어지는 게 사실이야. 존은 재빨리 자신의 손으로 우유를 감췄다. 괜히 물어봤어 끔찍하군. 존은 속으로 생각했지만 말로 내뱉지는 않았다. 다만 씁쓸한 표정으로 그렇군. 이라고 대답을 하고 셜록을 쳐다보았다. 존 두려워하는군. 셜록이 힘없이 미소 지었다. 한 가지 따뜻한 말을 내뱉어보자면 존 자네는 절대 이 꿈을 꾸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 셜록이 존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라떼를 홀짝이기 시작했다. 존은 그의 힘없는 미소를 보고는 셜록의 귀에는 닿지 않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 두렵지 아주 두려워 나는 아직 그것을 겪어보지 못했으니깐 사람들은 항상 죽음 그 다음이 무엇이 있는지 몰라 두려워하는 거야.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종착역이라면 차라리 죽음이 나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셜록 너는 내 두려움만 봤어. 난 두렵지만 그것보다 이제 너를 그런 곳에 보내야 하는 슬픔이 더 큰 거야. 존도 셜록에서 시선을 거두고 우유를 마시기 시작했다.
셜록은 126시간하고 48분만에 잠을 들지 않으려는 그의 이성이 잠을 원하는 그의 신체적 비명의 아성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듯 소파에 기댄 채 잠이 들었다. 존이 장을 봐왔을 때 그는 이미 잠이 들어있었다. 존은 그의 곤히 잠든 모습을 보면서 저 평화로운 표정 너머의 그의 뇌 속에서는 그가 말한 하얀 세상이 그를 어떻게 가두어 놓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침투사고로 인해 괴로워했다. 셜록 셜록. 어깨를 흔들어 그를 깨워보려 했지만 그는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도대체 어떤 세상이 너를 가두는 거야. 존은 그의 머리를 안쓰러운 듯 쓰담아 주고는 그를 안아 침대에 조심이 누였다. 뉴스에서는 이미 전 세계의 10%이상이 이 죽음보다도 괴로운 악몽을 경험하기 시작했으며 이 악몽의 후환을 두려워한 수천 명의 사람들의 자살하고 있다는 보도가 독감처럼 퍼져나가 있었다. 오늘도 존이 쇼핑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두 사람이 그 길에 있는 건물 옥상에 투신을 했다. 그가 지나갈 때 한 사람은 아직 응급차가 도착하지 않아서 그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생생히 목격할 수 있었다. 목이 꺾인 게 즉사가 분명했다. 웅덩이를 이루기 시작하는 핏물 사이에 누여진 그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모든 괴로움에서 해방된 듯한 표정으로. 존은 역한 기운을 간신히 참고 사체의 주변에 몰려들어 공포감에 젖어있고 그 중 울음을 터트린 몇 명의 사람들을 지나 곧장 집으로 달려왔다. 셜록의 표정도 겉보기엔 평화로웠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죽음이 더 괴로운 걸까 아니면 고립돼버리지만 영원히 존재함을 느낄 수 있는 이 꿈이 더 괴로운 걸까. 존은 그날 밤새도록 잠들지 않은 채 소파에 앉아 깨어나지 않는 셜록을 바라보았다.
셜록은 나흘간 깨어나지 않았다. 셜록이 눈을 막 떴을 때 그는 존을 못 알아보는 듯 했다. 하지만 존이 이런저런 경험담을 얘기하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셜록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셜록홈즈란 사람과 그의 주변인들을 하나하나 기억하기 시작했다. 글쎄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어. 사흘일수도 있고 일초일수도 있고 백 년이 넘었을지도 모르지 그곳은 어떤 시간이라도 될 수 있어 단 일초라 할지라도 사람이 미치기엔 충분하거든. 셜록은 다시 작게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힘을 지니고 있지는 않았지만 괴로움과 슬픔이 있지는 않았다. 다만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미소였다. 존, 하나 알아둬야 할 게 하나 있어 처음에 고립되어 버린다는 이 괴로움은 상상이상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어떠한 한계점을 넘어버리면 내 자신을 잊기 시작하지 그럼 그걸로 끝이야 더 이상 괴로움이란 감정은 사라지게 되지 자신을 잃어버리는 거야 그냥 아무것도 없게 돼버려. 그것이 셜록이 자신의 친구에게 건넨 마지막 충고였다. 그 둘은 그날 점심과 저녁을 먹고 셜록은 더 이상 악몽과 싸우려 하지 않았다. 잘 자라는 짧은 인사를 남긴 채 셜록은 다시 잠이 들었고 그는 일주일이 지난 다음에야 눈을 뜰 수 있었다. 존은 그 동안 아직 악몽을 꾸지 않았다. 티비에서는 “나는 어떤 작은방에 갇혀있고 문 너머로 계속 누군가가 문을 두들겨요 그리고 문 너머의 사람은 절대 노크를 멈추지 않죠 저는 죽을 만큼 두려워하다가 미쳐버려요 저는 다시는 잠들고 싶지 않아요.” 라는 유서를 남기고 템즈강에 몸을 던진 열여섯 살의 소녀에 대한 기사와, 모든 시간이 멈추고 자신 혼자만 움직이는 꿈과 현실을 혼동하지 못한 한 남자가 꿈에서 깨고 움직이는 사람에 극도의 불안감을 느껴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애인을 포함한 열네 명의 시민들에게 칼부림을 해서 5명의 시민을 살해한 남자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이 남자는 사건을 당일 잠이 들고는 아직까지 깨어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세상은 점점 미쳐가기 시작했다. 신흥종교가 기하학적으로 증가하였고, 자살자는 지난 석 달간 공식적으로 영국에서만 2만 여명이 넘었다. 거리에는 마약이 넘쳐나기 시작했고 각종 범죄가 만연했다. 정부는 그러한 행위를 막으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그에 비해 아직까진 잠잠한 베이커가의 풍경을 바라보는 존은 어렴풋이 들리는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셜록이 깨어나는가, 깨어나지 않는가 하는 걱정에 하루하루를 소비했다.
일주일이 지나고 눈을 뜬 셜록을 보고 반가움을 감추지 못한 존은 셜록에게 가볍게 키스했다. 하지만 어떠한 존의 행동에도 셜록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는 멍한 표정으로 허공만 응시했다. 존은 예전에 다큐에서 본 그 남자와 셜록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이번에 잠들면 셜록은 영영 일어나지 못할 거다. 존은 하루 종일 셜록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이곳에서의 하루를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 혼자라는 것은 어떤 기분인지 셜록? 그곳은 말이 필요 없겠지 이젠 방송국에서는 하루의 반이 예전 프로그램을 재방송해주고 있어 왜냐면 온갖 유명인사들과 리포터들도 악몽을 꾸기 시작해서 미치거나 죽거나 너처럼 영영 잠을 들려고 하기 때문이야 그래도 아직까지 뉴스는 하고 있어 하루 삼십 분정도지만 최근에는 너 같은 사람들이 전 세계의 절반을 넘었다고 하더라고 하루에 거리에 일어나는 각종 사고와 범죄가 얼마나 있는지 네가 알게 되면 너는 기뻐서 한 달은 잠을 이루지 못할걸? 하지만 이젠 그게 일상이고 이젠 법을 수호하는 사람도 없는 것 같아 알다시피 가장 범죄해결 운운하는 나리께서도 이러고 있지 않나 어제 너희 형님이 왔다 갔어. 마이크로프트도 꿈을 꾸기 시작했대. 3일전부터 나에게 말하길 그는 아마 자기만큼 살만한 꿈을 꾸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하더라고 꿈속에서 그는 온갖 달콤한 음식들과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들이 있는 시대에 사는 유일한 사람이라던데? 과연 사실일진 모르겠지만. 존은 여기까지 말하고 즐거운 듯이 낄낄거렸다. 몇 분이고 웃던 존의 웃음소리는 광기에 서린 듯이 비명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이윽고 그는 셜록을 붙잡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있잖아 셜록 내 생각은 말이야 이게 나에게 있어 악몽이 아닐까 싶어. 나도 언제가 돼야 너희들 중의 한 명이 되는 거지? 나는 언제까지 이 지옥 같은 참상을 바라만 봐야 하지? 이걸 지켜보는 게 나한테 악몽이 아닐까? 눈을 떴을 때 잠든 너를 바라보는 거 사이렌소리를 듣는 거 사람이 지면에 떨어지는 소리와 비명소리를 언제까지 들어야 하지? 셜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를 향해 따듯하거나 안쓰러운 눈빛을 주지 않았다. 그는 이미 꿈속에 있는 듯 했다. 확실한 것은 그는 더 이상 이곳에 없었다는 것이다.
셜록 이제 졸린 가봐. 초승달이 하늘을 어둡게 데워가는 초저녁이었다. 셜록의 눈이 스르르 감기기 시작했다. 존은 퉁퉁 부은 눈으로 셜록을 바라보았다. 그를 조심스럽게 눕히고 그의 눈을 자신의 손으로 감겨주었다. 잘자. 평화롭게 잠든 셜록의 얼굴을 몇 십 분이고 쳐다본 존은 이제 더 이상 이곳에 있지 않음을 느꼈다. 그는 꿈속에서 행복할까? 아니 꿈속에서도 그는 더 이상 없다고 했다. 그럼 뭐가 남을까 그는 이제 어디 있을까 나한테는 아직 옆에서 숨쉬면서 곤히 잠들어있는데 말이지. 이제는 그의 투명한 눈을 볼 수는 없겠지 존은 씁쓸한 표정으로 셜록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 잘 자게 잘 자, 셜록. 나도 이젠 잠자리에 들어야겠어. 존은 셜록의 옆에 나란히 누워 그를 꼬옥 껴안았다. 적어도 내가 눈을 뜨면 이 모든 게 악몽이기를 일어났을 때 셜록이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존 사건이 일어났네 완벽해! 라고 외치는 그 모습을 한번만 다시 볼 수 있기를. 존은 눈을 감았다. 셜록의 체온은 따듯하다. 이제 사이렌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무것도 들리지도 않는다. 그냥 따뜻한 온기만 남아있다.
모든 게 악몽이어도 이것만은 꿈이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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