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Onepiece/사보에이] 야식 좀 드시겠어요?
야식 좀 드시겠어요?
Sabo x Ace Slash fan-fiction (Based on the comic "Onepiece")
written by Cielo in May, 2011
"그래서 오늘도 안된다고?"
"진짜 미안하다. 이번 학점 엄청 중요한거 너도 알잖냐."
"야, 그래도 오늘 같이 밥먹기로-"
'뚝-뚝-'하고 수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소리에 에이스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이게 무슨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근 일주일째 녀석을 못봤다. 어릴적엔 서로 떨어져 죽고 못산다 매일 붙어다녀서 숱한 사람들에게 "에이스와 사보는 나중에 커서 결혼해?"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들었지만, 정작 정말로 사귀게 되니깐 녀석과 도통 가까이 있을 수 없게 되버렸다는 것은 뭔가 이 세상이 자신에게 음모를 꾸미는 거 아닌가 하고 에이스는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거 설마 먼나라의 공산국가 소행 아니야?
"그럼 직접 찾아가보면 되잖아."
"야, 말이 쉽지. 괜히 갔다가 얻어맞으면 양반이게?"
맨날 사귄다 사귄다 소리만 들었는데, 이제서야 사귀네? 하고 자신들의 첫키스를 소위 직관해버린 루피는 그 뒤로 이상하리 만큼 둘의 연애사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에이스가 집을 비우기라도 하면 우와 둘이 자고와? 어디? 호텔? 사보집? 이라고 한밤중에 전화를 하지 않나, 데이트라도 하는 날이면 어떻게 알았는지 즐거운 데이트 되세용^0^이라고 상큼한 이모티콘을 붙이면서 문자를 보내오는 동생의 머리로는 도무지 나올 수 없는 비범한 행동력에 에이스는 혀를 차기 시작했다. 너 임마, 대체 이러는 저의가 뭐야? 남 연애 신경끄시고 너야말로 연애좀 해봐라 연애좀! 이라고 걱정어린 한소리를 매번 해보지만 루피는 헤헤 거리며 하지만 난 그런거 관심 없단 말야-하고 일언으로 단정짓고 했다. 그런 주제에 왜 남의 연애에 배놔라 감놔라야. 하지만 어찌되었든 그런 몹쓸일까지 들통나버린 대상이 어찌보면 루피인 것이 다행인 것 같았다. 적어도 녀석은 둘의 연애에대해 혐오적인 감정이나 피하는 것은 없으니깐. 아니 오히려 더 좋은거지, 둘의 연애를 축하한다고 파티까지 벌여준 아주 고마운 동생이다. 덕분에 쉬쉬할필요 없이 연애에 대해서 답답하거나 조언을 얻고 싶을때마다 에이스는 항상 루피에게 말을 건네곤 했다. 그리고 루피는 설령 현문우답을 할지어도 에이스의 이야기를 꼼꼼하게 들어주었다.
"그러네. 사보면 확실히 때리고 집밖으로 던져버릴거야. 공부할때 신경이 무진장 예민해지잖아? 근데 보고싶다며. 문자라도 보내봤어?"
"열통째 무시하고 있어."
"그럼 좀 참아야겠네. 엄청 집중하고 있구먼"
아니 그래도 이렇게 까지 문자 답장도 뜸하고 통화도 안한적은 없었단 말야. 이제 에이스는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혹시 내가 뭐 잘못했나? 저번에 배고프다고 기달리지 않고 먼저 먹기 시작한게 잘못이였나? 아님 저번 밤일가지고 툴툴거린게 영 불만이였나? "끄으응.."하고 신음소리를 내니 루피가 혀를 찬다. 젠장! 살면서 루피에게 동정표를 사게 될줄이야. 넌 얼렁 연애나 해! 하고 에이스는 벌떡 일어나 재빠르게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대체 매번 왜저런데, 나미이상으로 예민해졌네. 그러다 문득 30분뒤에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는 걸 알게된 루피는 에이스보다 빠른 스피드로 방으로 들어가 허겁지겁 옷을 맞춰입기 시작했다.
"안돼.. 결국 와버렸다."
멍청한 짓이었고 당장이라도 돌아가야 된다고 에이스의 머릿속에서 그를 다그치고 있었다. 야임마 야밤중에 학교 기숙사를 와봤자 어떻게 할건데?
"시끄러! 난 그냥 야식사온거라고 야식! 먹을거 얼마나 좋아 먹을거! 시험기간에 안먹고 밤새 어떻게 버틸건데 응?"
"저 사람 이상해. 잘생긴 것 같은데 자기야."
"야, 저게 뭐 잘생겼냐. 잘봐라 눈처진거. 내가 더 잘났지. 저런 미친놈은 피하는게 상책이야"
아 열받는다. 척 보기에도 참깨가 쏟아지다 못해 기름으로 짜여저서 줄줄 흐르는 커플 두명이 서로를 꼭 안은채 자신을 피하는 걸 느낀 에이스는 아직도 뜨끈한 열기가 올라오는 떡볶이와 순대가 든 검은 봉다리를 들고 사보가 살고있는 기숙사동 앞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시간을 보니 11시 20분. 30분째 이러고 아무행동도 하지 못하고 굳게 닫혀있는 사보의 창문이 그저 얄미웠다. 그러고보니 차 시간이 지나버렸네, 사우나가야하나? 그러다 문득 에이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현금은 모조리 야식을 사는데 써버렸다는걸 기억하게 되었다. 버스카드밖에 없는데 어떻게 하지? 이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자 갑자기 땀이 줄줄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나 진짜 노숙해? 그러자 주머니에서 지이잉 하고 진동이 울렸다. 루피다.
[어디야. 집에오니 아무도 없다?]
"야 루피 나 클났다."
[왜, 사보가 헤어지재?]
"야 임마 불길한 소리 하지 말고! 어찌되었든 나 지금 그녀석 기숙사 앞인데 멍하니 있다가 막차 놓쳤어."
[안됐네. 사우나 가야겠다]
"야식사는데 돈 다 써버렸어!"
[잘됐네. 먹을거 있잖아. 그럼 됐지 뭐.]
아 안돼. 이녀석이랑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는게 불가능 했어. 됐다 속편한 놈아, 얼렁 잠이나 자! 하고 전화를 뚝하니 꺼버리고 한숨을 쉬던 에이스는 진짜 먹을걸로 밤을 버텨야 하나 하고 사보가 있는 방을 다시 쳐다보았다. 그런데 왠일인지 창문이 열려있다.
"너 여기 왜왔어?"
"사..사보!"
창밖으로 사보가 얼굴을 빼곰 내밀고 있었다. 아무래도 마지막에 버럭 소리를 지른 것에 에이스의 목소리가 들렸나보다. 아직 저녁엔 쌀쌀한데 반팔 반바지에 맨발의 슬리퍼를 하고 한손에는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있는 연인을 쳐다본 사보는 진심으로 다시 창문을 닫고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으로 하면 안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무슨 아저씨도 아니고 창피해. 하지만 거의 울듯한 목소리로 "사보오~!"하고 외치는 에이스의 우렁찬 목소리에 뭐야 뭐야 하면서 하나 둘 창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자신과 에이스를 번갈아 쳐다보는 시선은 이미 돌릴수가 없었다.
"시험기간에 왜이리 시끄러워. 얘기나눌거면 나가서 해!"
아오 저 화상. 하고 사보는 무섭게 에이스를 한번 노려보고는 창문을 드르륵 닫아버렸다. 오메 큰일이다 사보 화났나보다 하고 에이스는 초조함에 손가락을 앙하니 물어버렸다. 설마 이제 얼굴도 못보는거 아냐? 하지만 다행히도 잠시후 기숙사 문을 열고 나오는 사보의 모습이 보였다. 물론 화는 났다는 듯 잔뜩 인상을 쓴 채이긴 했다.
"사..사보 미안."
"검은 봉다린 뭐냐?"
"아.. 야식 먹으라고 사온건데."
"어떤 바보가 야식을 사러 한시간동안 버스타고 오냐?"
죄송합니다. 근데 우리 근 열흘넘게 못봤잖아요. 문자도 안받고 답답해서요. 라고 에이스는 차마 입밖으로 꺼내진 못하고 입술만 우물우물 거렸다. 풀죽어서 우물거리는 에이스를 보자 화내도 내 사랑이요, 시험공부 힘들다고 야식까지 사온 모습이 기특하고 너무 윽박을 질렀나 하는 생각에 사보는 멋쩍은듯 뒷머리를 긁적 거렸다.
"너 안춥냐?"
"...어 좀 춥다."
둔한게 형제가 쌍으로 닮았어요. 사보는 혀를 끌끌 차며 손에 들고있던 얇은 점퍼를 건넸다. 사보야 사랑한다. 울먹울먹한 눈망울로 사보를 쳐다보자 다큰놈이 징그러우니깐 그 눈빛 치우라고 으르렁 거린다. 다시 풀죽어서 어깨를 축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사보는 커다란 리트리버한마리를 키우는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
"너 차 끊겼지?"
"응"
"돈도 없지?"
"와 너 진짜 똑똑하다."
그야 그런 옷차림으로 책가방만한 검은 봉다리를 들고 왔으면 돈도 없는게 먹을거 사다가 다 털린거라고 쉽게 아는거 아니냐 하고는 사보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도 야식은 기특하다 짜식. 옆에 공원가서 사온거 먹고 근처 사우나라도 가자."
"어? 나와도 돼?"
"주말이라 괜찮아."
만세! 님은 저 산밑의 백합 빛나는 새벽별입니다. 기쁨에 찬 에이스가 등 뒤에서 사보를 꽉하니 안았다. 너무 꽉 안는 바람에 에이스의 팔에서 허공위로 회전하던 거대한 검은 봉지가 사보의 가슴을 묵직하고 질퍽하게 강타했다. 아 너 진짜 맞고 싶어서 이러냐. 죄송합니다 성님. 그 후로는 말 없이 터벅터벅. 조금 걸으니 정자가 있는 작은 공원이 나왔다. 전에 이곳에 왔을 때는 정자에 막걸리를 거듭푸고 있는 젊은이들로 인해 발도 대보지 못했는데, 오늘은 한밤중인데다가 시험기간이라 사람도 없고 휑한게 편히 앉아 야식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야 뭘 이렇게 싸왔냐 니들 위장을 타인에게 적용시키지마"
"그래도 밤엔 먹어야 힘이 나지!"
"반만 덜 샀어도 네 돈으로 사우나 갔거든?"
정자 중앙에 잔칫상이 차려졌다. 무슨 도라에몽 주머니처럼 검은 비닐봉지에서는 꾸역꾸역 먹을것들이 쉼세 없이 잘도 나온다. 떡볶이, 순대, 튀김, 과자, 음료수, 빵 아마 돈이 넉넉했으면 피자에 치킨도 있었으리라.
"어쨋든 먹자. 나 배고프다"
"너 먹으려고 산거냐?"
그런 것 같습니다. 에이스는 신난 표정으로 이미 떡볶이 비닐을 부욱 찢으면서 입에는 꼬치를 앙하고 물고 있었다. 그러고는 적당히 식은 떡복기를 한번에 두개씩 찍어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순대 봉지 과자봉지 빵봉지를 차례대로 뜯기 시작했다. 먹을것에 관한 무서운 실행력이다. 그렇게 한동안 숨도 쉬지 않고 집어먹다가 퍼뜩 뭔가 떠올랐는지 아부아부거리더니 다시 꼼꼼히 씹어 목구멍으로 음식물을 삼킨 뒤 사보를 쳐다보았다.
"맞다. 너 시험공부 안해도 괜찮아?"
"그런건 오기전에 생각해라!"
"아니.. 생각 했는데 말이야.."
에이스가 시선을 옆으로 흘리면서 우물쭈물 말을 흐렸다. 말을 해 임마. 평소에 남이 말을 흐리거나 아무일도 없었다-라고 내뱉으면 목을 졸라서라도 끝말을 듣고야 마는 성격이 저렇게 우물쭈물 거리는 것은 뭔가 일이 있는게 확실했다. 우물쭈물하지 말고 말을 하라고! 하니깐 입을 삐죽 내밀면서 모기만한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아니.. 그래도 역시 나한테 뭐 화난거 아닌가 해서... 걱정두 되고.."
사보는 멍하니 에이스를 쳐다보았다. 내가 왜 너한테 화가 나? 아니.. 문자도 잘 안하고 전화도 안받고.. 말했잖아 시험공부하느라 바쁘다고. 그래도 이렇게 심하게 연락이 안된적도 없었고.. 밥약속도 멋대로 취소하고.. 다시 우물쭈물. 그런 모습을 보자니 왠지 한심스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 사보역시 같이 우물쭈물 해버리고 말았다.
"아니.. 그거 니잘못이 아니라 내잘못 이잖냐.. 거.. 대체 뭐때문에 화가 났다고 생각한거야?"
"글쌔.. 저번 밤에 너 별로 였다고 한거?"
아아.. 그거, 생각해보니 진짜 괘씸하네? 사보가 에이스를 쳐다보고 콱하니 인상을 쓰자 에이스가 움찔거렸다. 거봐 역시 화났네! 그러다 느닷없이 양반다리를 한채로 팔을 이용해서 앞으로 다가오는 사보를 보고는 에이스는 알수없는 공포를 느꼈다. 야, 야 아 왜 갑자기 계속 다가오는거야? 떡볶이! 거기 떡볶이 국물... 아 왜 계속 오는데요? 그러다보니 에이스 역시 양반다리를 한 채로 팔로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주변에 누군가 있었다면 괴상한 앉은뱅이들의 추격전에 어이를 상실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스윽 스윽' 옷스치는 소리를 내며 두명의 앉은뱅이의 추격전은 에이스가 정자 끝에 도달해 울타리에 뒷통수를 꽁하고 찌을때까지 계속되었다.
"아 왜 계속 다가오는...거세요.."
"내가 그리 시원치 않았다 이거지? 본격 야외에서.avi찍어볼까?"
"아뇨 싫은데요"
사보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설레설레 얼굴에 두려움을 담아 고개를 젓는 에이스의 가슴팍을 한손으로 내리쳤다. 아 씨! 뒷통수 계속 박잖아 아프다고! 혹났어 책임 지라고! 하고 소리를 지르던 에이스는 순간 얼레? 하고 정면을 쳐다보았다. 완벽하게 눕혀진 상태에서 덥쳐오는 사보의 얼굴이 가깝다.
"야.. 너 진짜로 할려고!"
음흉한 미소가 한층 더 짙어진다. 말도안돼 엄마 얘가 시험본다고 공부만 하다가 욕정이 쌓이다 못해 머리가 훼까닥 돌았나봐요. 울타리 밖으로 빠져나온 머리카락이 살랑였다. 다급한 나머지 사보의 팔을 옷자락을 꽉하니 잡으면서 안돼 밖에선 진짜 안돼 미친놈아 라고 중얼거리면서 눈을 꽉 감은 에이스는 입술에 잠깐 닿다가 훽하니 떨어지는 보드라운 감촉을 느꼈다. 그러더니 손에 잡혀있던 옷자락도 훽.
"엥?"
찡그린 눈을 떠보니 약오르지 하는 표정으로 사보가 선채로 에이스를 내려보고 있었다.
"뭘할거라고 생각했는데. 너 진짜 속이 새까만게 음흉하다."
"아니 니가 갑자기 다가와서 퍽하고 눕히는데 내가 뭐.. 내가 뭐가 음흉한데에!"
아직도 얼떨떨한지 상반신을 반쯤일으키다 멍하니 있던 에이스는 얼굴이 빨개진채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알았어 이놈아. 미안하다고 아 진짜 한번만 소리 더 지르면 너 밖으로 던진다? 야밤에 인적없는 공원에서 둘은 투닥투닥. 그러다가 반정도 남은 떡볶이를 밟고 함께 미끄러지면서 남은 야식들을 뒤집어 엎어 더이상 먹지 못했다는 후일담까지는 생략하기로 하겠다. 다음날 떡볶이 국물에 심하게 얼룩진 옷을 입고 새벽에 너털너털 집으로 돌아온 에이스는 왠일인지 과하게 일찍 일어난 루피에게 딱 걸려버렸다. 대체 뭐야 그거? 루피가 얼굴을 찌푸리고 묻자 에이스는 괜히 얼굴이 벌게진채 대답했다. 별거아냐 야식먹다 흘렸어.